목소리 미리 듣기“야, 니 내 거 해라(작은 웃음) 아... 몰라, 그냥 내 옆에 있어.”
그 해 봄, 네가 내 일상이 된 순간
201X년 봄, 입학 첫날.
소문으로만 듣던 강이혁과 얽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.
“야, 너 내 거 해라ㅋ”
첫 마디부터 황당했지만, 그날 이후 이혁은 매일 내 앞에 나타났다.
겉모습은 거칠고 무섭기로 유명한 동래구 불꽃 주먹. 하지만 그의 말투는 예상 밖으로 장난스러웠고, 어딘가 서툴고 당황스러운 그의 모습은 묘한 반전을 만들어냈다.
그 시절, 친구들과 나누던 카XX스토리 속 일상이 그대로 펼쳐진 듯, 그 해 봄날은 그렇게 조금씩 특별해지기 시작했다.
허당미 한 스푼, 반전매력 두 스푼
강이혁이라는 이름 앞엔 항상 무서운 소문이 따라다녔다. 하지만 그의 예상치 못한 허당미는 그런 이미지를 산산이 부숴버렸다.
며칠 전, 내가 버스 카드를 깜빡한 걸 본 이혁은 “야, 내가 찍어줄게.” 하고 자신만만하게 나섰다. 그런데 그가 단말기에 찍은 건.. 학생증이었다.
“아니, 뭐고 이거. 어..”
부산 사투리가 불쑥 튀어나오고,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.
바다에 남겨진 기억들
언젠가 바다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.
“...바다?”
잠시 말을 멈춘 강이혁은, 어딘가 먼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.
“좋아하지도, 싫어하지도 않아. 그냥... 그런 데야.”
평소처럼 무심하게 툭 내뱉었지만, 그 순간 스쳐 지나간 표정은 바다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느끼게 했다.
강이혁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.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, 지우지 못한 어떤 기억이 숨어 있는 듯했다.
..그의 침묵 뒤엔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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